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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딧불은 반드시 제 몸으로 빛을 내나니 너희는 일심으로 고하라.일심이 없으면 너도 없고 나도 없느니라.가난하고 병들고 약한 자와 신음하는 자가 일심으로 나를 찾으면 나는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하느니라.
    - 증산도 도전8:58
   
 지구촌, 금융위기 이어 식량위기


"기아는 자연이 지닌 가공할 최후수단이다. 인류의 번식력은 땅의 부양 한도를 훨씬 초월하기 때문에 인류는 어떤 형태로든 때 이른 죽음을 맞아야 한다. 인류에 내재하는 악은 인구조절의 한 훌륭한 대리인이다…

그래도 충분하지 않으면 대규모 기아가 필연적으로 등장해서 인구를 식량 생산량에 맞게 단칼에 조절해준다 ."


-맬서스 인구론 중에서

■ 쌀값 15개월새 3배로 폭등

= 서브프라임 부실에서 촉발된 신용 경색 소용돌이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여전히 헤매고 있는가운데 필리핀 인도 이집트 등 개발도상국 국민들은 30년 만에 부활한 식량위기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국제 쌀 가격은 t당 100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t당 3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던 쌀값이 불과 1년 3개월여 만에 무려 3배 가까이 폭등했다.

부셸당 12달러까지 급등했던 소맥(밀) 가격은 최근 8달러까지 내려왔지만 4.8달러 수준이었던 지난해 초에 비해선 여전히 거의 곱절에 가까운 수준이다. 옥수수, 대두 역시 마찬가지다. 식량가격이 치솟자 전 세계에서는 폭동이 빈발하고 있다.

아이티에서는 총리가 쫓겨났고 카메룬에선 시위로 24명이 죽었다.

이집트 대통령은 군대로 하여금 빵을 구우라고 명령했다. 필리핀에서는 쌀을 사재기하다 적발될 경우 종신형에 처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사정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전통적인 쌀 생산국가인 필리핀에서는 식량난에 휩싸여 있지만 농부들은 상업을 위해 농사를 포기하고 있다. 사진은 필리핀의 한 농부가 마닐라 북측의 바나우시의 산 중턱에 있는 논두렁길을 걷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세계은행에 따르면 전 세계 70억 인구 가운데 세계 10억명 이상 빈곤 인구가 하루 1달러 이하 생계비로 살아가고 있다. 밀 쌀 옥수수 등 곡물가격이 20% 이상 오르면 약 1억명이 절대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신호에서 가난한 나라들의 중산층은 식량 가격이 급등하자 건강관리를 포기하고 고기 소비량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루에 2달러로 사는 중하위층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야채 소비를 줄인다면 하루 세 끼 쌀은 먹을 수 있다. 하지만 하루 1달러로 사는 하위층은 고기, 야채, 하루 세 끼를 포기하고 하루 밥 한 공기에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하루 50센트로 연명하는 최하위층에는 그야말로 재앙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1970년대 초반 이후 30여 년 만에 다시 찾아온 이 같은 식량위기를 '조용한 쓰나미(silent tsunami)'라고 표현했다.

지난 30여 년간 잠잠했던 곡물 가격이 폭등한 까닭은 무엇보다 수급이 꼬였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가뭄이 잇따르면서 식량 생산에 차질을 빚은 데다 원유값이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는 가운데 생겨난 바이오디젤 열풍이 식량용 곡물 생산을 줄어들게 했다.

대체 에너지로 부각된 바이오디젤과 에탄올의 연료가 되는 옥수수 가격이 두 배, 세 배 뛰었다. 미국의 다국적 곡물 기업들은 밀, 대두 등 식량과 사료 작물 생산을 줄이고 옥수수 생산을 늘렸다.

그 바람에 바이오디젤 생산량은 지난 연말 9억배럴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 과정에서 옥수수 가격은 연쇄적으로 급등했고, 생산량이 줄어든 밀, 대두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공급은 줄어들고 재고도 바닥수준이다. 식량재고는 2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곡물을 원하는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인도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세계 인구는 매년 7850만명씩 증가하고 있다.

■바이오연료에 밀린 먹거리

게다가 10억 인구 대국 중국의 경제 발전이 급피치를 올리면서 중국인들의 고기 수요는 1980년 연평균 20㎏에서 지금은 50㎏으로 증가했다. 소, 돼지를 키우기 위해선 그만큼 사료 수요가 증가한다.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농토 위에서는 거대한 빌딩이 들어서고 농민들은 도시 빈민으로 변신해 갔다. 도시 빈민들은 하루하루 생계를 잇기 위해 시장에서 쌀을 산다. 인구 증가뿐만 아니라 도시화가 식량 수요를 늘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세계 인구 70억명 가운데 15%만이 높은 생활수준을 향위하고 있을 때는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했지만 15%가 50%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식량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1980년 이후 곡물 생산량 증가율은 매년 평균 2%에 불과했지만 곡물수요는 평균 3.5%씩 증가했다. 게다가 원유값 급등으로 곡물 운송 비용도 크게 늘었다.

곡물 생산 증가율이 인구와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수요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대기근이 발생한다는 맬서스의 '우울한 예언'이 가난한 나라의 도시 빈민들에게 현실로 닥쳤다.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2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한 칼럼에서 "중국인들의 육류 소비, 유가 상승, 주요 곡창지대의 가뭄은 사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그러면서 △이라크전쟁 후유증으로 인한 석유 공급 감소 △선진국들의 바이오 연료 생산 보조금 지급 △ 주요국들의 식량정책 등을 '누군가의 잘못'으로 꼽았다. 수급 요인 외에 또 다른 함정이 있다는 얘기다.

맬서스는 대재앙을 막기 위해 식량의 수출입을 제한할 것을 주장했다.

■식량안보가 시장 왜곡 부추겨

식량의 대외 교역이 제한되면 식량 가격이 상승하면서 식량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른바 '식량안보' 주장의 시초가 맬서스인 셈이다.

하지만 아시아와 유럽연합(EU) 등 국가들이 채택한 자급자족식 농업정책, '식량안보'가 역설적으로 글로벌 식량 가격을 급등시켜 대규모 기근을 초래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인구는 약 30억명. 이들은 대부분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산다.

한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들이 '식량 안보'를 내세우는 바람에 쌀 생산에는 국가간 분업에 의한 비교우위 논리가 정착되지 못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인구는 크게 늘어났지만 쌀 생산이 효율적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쌀값은 올해 들어서만 141% 이상 급등했다. 가격은 한계적으로 결정된다. 대부분 자급자족을 하기 때문에 국제 교역량은 많지 않다. 거래량이 작으면 그만큼 한계적으로 결정되는 가격은 휘발성이 커진다. 게다가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곡물 수출국들이 자국 물가 안정을 위해 수출을 통제하고 나섰다.

중국은 쌀 수출을 억제하기 위해 올해부터 관세를 부과하는 등 식량 재고 관리에 나섰다.

세계 2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도 쌀 수출 통제조치를 오는 6월까지 연장키로 결정했다. 폭동이 일어났던 이집트도 오는 10월까지 향료쌀을 제외한 일반 쌀 수출을 금지했다. 세계 1위인 태국도 조만간 쌀 수출을 통제할 것이란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흉작으로 재고가 급감한 상황에서 수출마저 통제되자 가격은 더 치솟고 또 국가들이 수출 통제에 나서는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가격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210년 전에는 비껴갔지만

1930년대 초반 국가간 관세전쟁이 세계 대공황을 초래했던 것처럼 전 세계가 최악의 식량전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스트로스 칸 IMF 총재가 지난 21일 "전 세계가 무역 제한이라는 악순환(Downward Spiral)에 빠져들면서 기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은 시장메커니즘의 자율 조정을 기다릴 때가 아니라 전 세계가 뉴딜(New Deal)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칸 총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자유무역만이 해결책이라며 도하라운드의 시급한 타결을 강조했다.

1798년에 초판이 발행된 맬서스의 인구론은 발행 당시에는 엄청난 충격이었지만 결국 틀린 것으로 결론이 났다.

맬서스는 산업혁명을 예견하지 못했다.

세계경제는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식량생산을 포함한 전 부분에서 비약적인 기술 발전이 이뤄졌다.

또 의학기술의 진전과 함께 인간 수명이 늘어나는 동시에 인구 증가율도 낮아지면서 맬서스의 인구론은 인류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최근 식량 가격 급등과 함께 맬서스의 비관론이 재조명을 받고 있지만 곡물 생산 증대는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당장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경작지를 늘리는 데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또 유전자변형식품(GMO)에 대한 혐오감 등으로 다수확 품종 기술 개발이 상당기간 지체돼 왔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새로움 품종개발과 이를 상업적으로 재배하는 데는 10~15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결국 가격신호에 따르는 시장 조절 메커니즘에 따라 농산물 생산은 늘어날 것이다. 문제는 지금 당장이다.

세계 10억명 이상 빈곤 인구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전 세계가 식량전쟁을 자제하고 모금 활동을 벌이는 게 맬서스의 예언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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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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