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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배경 '이야기꾼' 주인공의 구라… 엉뚱·황당한 얘기 많을 것"

등단 50년… 한국일보에 장편소설 <여울물소리> 연재하는 소설가 황석영

"기생 출신 주막주인 연옥이 연인 이신통을 찾아 나서는 얘기

2012.04.02 02:32:15 한국일보


자생적 근대화 의지 보여준 동학·증산도가 소설의 한 축"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입력시간 : 2012.04.02 02:32:15 수정시간 : 2012.04.02 15:17:11


황석영씨는 이번 연재소설의 제목을‘여울물소리’로 정한 연유를 이렇게 밝혔다. “예전에 벽지의 한 암자에서 자는데 계곡이 가팔라서 밤새 물소리가 장하게 들렸다. 마치 누가 옆에서 얘기하는 듯. 신작 소설 제목을 생각하다가 그 물소리가 생각난 거야. 이야기꾼의 일생을 다루기에 알맞은 제목이다 싶더라고.”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올해 등단 50년을 맞은 한국문학의 거장 황석영(69)씨가 2일부터 새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를 매주 5회(월~금) 한국일보 지면에 연재한다. 그의 열 번째 장편인 이번 작품은 봉건적 신분 질서가 동요하고 외세와 신문물이 들이치던 격변의 19세기를 배경으로 이야기꾼 이신통의 일생을 뒤쫓는 내용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 일산 자택에서 만난 황씨는 "기생 출신의 주막집 주인 연옥이 사랑하는 남자 이신통을 찾으러 다니는 얘기"라고 새 소설을 간명히 소개했다. 연옥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 주인공의 행적에 관한 증언을 듣는 과정에서 이 떠돌이 이야기꾼의 생애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는 구조다.


황씨는 동학과 증산도를 소설의 한 축으로 삼았다
. "반봉건 반외세라는 시대 정신을 연이어 이끌었던 사상들이다. 특히 동학운동은 관군 일본군 토벌대에 희생된 사람만 50만명에 이를 만큼 큰 사건이었다. 자생적 근대화를 지향했다는 점에서 두 사상은 하나의 큰 흐름이다. 비록 좌절됐지만 우리의 근대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소설의 또 다른 축은 바로 이야기꾼이라는 존재. "주인공 이신통은 영웅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동학운동에 졸병으로 가담했다가 위험해지니까 피해 다니고, 누굴 존경하다가는 제 스스로 그 비슷한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어떤 민초로서의 작가라고나 할까. 그의 행적을 통해 거대한 시대 흐름을 스케치할 작정이다."

이 가공의 이야기꾼은 단지 뻔한 영웅 서사를 피하려는 장치가 아니다. 작가 황씨의 복합적 주제의식을 한 몸에 실어 나르는 존재다. 서구문학의 급격한 도입으로 단절된 전통 서사 양식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려는 노작가의 야심 또한 이신통의 '구라'를 통해 형상화될 전망이다.

황씨는 이신통의 몸을 빌려 자신의 작가론을 한바탕 펼쳐볼 참이기도 하다. "올해로 칠순이다. 자서전이나 자전적 작품을 쓰는 대신 작가의 일생을 19세기에 갖다 놓고 펼쳐본다면 나로서도 기념되는 바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한국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황씨의 2000년대 소설들은 <손님> <강남몽>처럼 현대사에서 모티프를 취하거나, <심청, 연꽃의 길> <바리데기>처럼 전통 서사 속 인물을 현대적으로 변용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이번 소설은 '지금, 여기'가 아닌 조선 후기가 무대다. 걸작 대하소설 <장길산>의 작가가 다시금 정통 역사소설을 쓰는가 싶었는데, 흥미로운 답변이 돌아왔다. "역사소설? 아니다. 엄격한 고증에 기대지 않을 것이고, 실존 인물도 전혀 다르게 변형할 거다. 그대로 쓰면 재미없잖아.(웃음) 엉뚱하고 황당한 얘기도 많을 거다. 어차피 그 놈(이신통)의 구라를 딴 놈이 전하는 거니까. 낯설지만 부자연스럽지 않은 비약의 묘미를 살리려 한다."

그렇다면 왜 19세기인가. "풍속이나 생활 방식은 이미 포스트모던인데, 정치 경제 사회문화 전체를 보면 식민지 유산, 분단 등 근대의 잔재를 척결하지 못한 곳이 한국이다. 겉은 포스트모던한 근대사회랄까. 생의 대부분을 20세기에 보낸 내게 근대는 죽을 때까지 붙들 문학적 화두다. 근대 이행기인 19세기를 살피는 것은 현재 한국사회의 기원을 탐구하는 일과 같다." 여러모로 이채롭지만 이번 작품 역시 정통 '황석영 소설'이라는 뜻이겠다.

이번 작품은 황씨가 한국일보에 연재하는 네 번째 소설이다. <장길산>(1974~1984년 연재), <손님>(2000년 10월~2001년 3월), <심청, 연꽃의 길>(2002년 10월~2003년 10월) 등 그간의 연재작은 그의 가장 빛나는 문학적 성취로 기억되고 있다. 공사다망하기로 문단에서 첫손에 꼽히는 그지만, 연재를 앞두고 다시금 고요한 생활로 돌아갔다. "신작 집필 시작하면 바깥 일은 일절 금한다. 전화도 끊고. 오후 1~2시에 일어나 밥 먹고 컨디션 회복한 뒤 오후 4~5시부터 다음날 새벽 4~5시까지 쓴다. 어떤 때는 동틀 때까지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하고. 그리고 다시 오후 1~2시 기상. 그거 반복이지 뭐."

<여울물 소리>는 출판사 자음과모음의 인터넷 웹진(cafe.naver.com/cafejamo)에 동시 연재된다. 자음과모음 측은 "<여울물 소리>의 해외 판권이 프랑스와 중국에 이미 수출됐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동아시아 문학 전문인 필립피키에 출판사, 중국에서는 대형 민영출판사인 징디옌보웨이(精典博維) 출판사가 각각 출간한다. 특히 징디옌보웨이는 올 여름께부터 이 소설을 중국어로 인터넷에 연재하고, 황씨의 다른 장편 3권도 출간할 계획이다.


출처 :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204/h2012040202321586330.htm



참고 :
황석영 우주일년 언급 내용

소설가 황석영씨도 서양 중심의 보편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서양에 문명의 종말론이 전해져 내려온 것처럼 동아시아에도 ‘개벽론’이 있습니다. 그러나 서양의 종말론이 그야말로 인류와 지구 문명의 끝장과 파탄이라고 주장하는 데 비해서 동양의 그것은 전혀 다른 세계관의 탄생이며 새로운 문명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황씨는 “동아시아의 고대 천문학에 의하면 현대 인류 문명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문턱에 있다”며 “뜨거운 불의 갈등 또는 탐욕스런 번성으로부터 조화와 정리 또는 수확의 계절로 넘어가는 것이 현대문명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2005년 5월 24일 열린 서울국제문학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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